킹텍스 전경. /조은숙 기자
킹텍스 전경. /조은숙 기자

[충청리뷰 조은숙 기자] 섬유산업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창기부터 함께한 중요 사업이다. 원재료에서 실을 뽑아 원단을 만드는 과정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풍부하고 뛰어난 인력을 자랑했던 우리나라에 적합한 업종이었다. 섬유 수출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트렌드가 변모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섬유산업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충북 청주산업단지에도 초창기 대원모방, 동일방적, 우성모직(킹텍스), 청주방적(서한모방) 등 몇개 업체가 자리했다. 많은 청주시민을 고용했지만 점차 사업장을 철수했다. 대농 부지는 아파트 단지, 쇼핑몰 등으로 변모했고 서한모방도 토지용도를 변경하며 아파트 및 상업시설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킹텍스 직영 매장. /조은숙 기자
킹텍스 직영 매장. /조은숙 기자

모직업계 최초 KS마크 인증

주식회사 킹텍스(대표이사 윤성식·청주시 흥덕구 산단로 113)는 청주산업단지 유일의 섬유기업이다. 1953년 8월 설립돼 방적, 방직, 임가공, 신사복, 스포츠 의류 분야 사업을 한다. 양털로 실을 뽑아 원단을 만드는 모사, 모직과 완제품도 만드는데 원단 생산이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한다. 평균 근속연도가 30년이 넘는 임직원 8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60여년 전통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모직업계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했다. 고정화·규격화하기 힘든 섬유의 규격화에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매년 표준협회에서 실시하는 재 인증도 받는다. KS마크 인증 후 제품의 품질이 안정화됐다.

섬유산업은 자동화가 어려워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킹텍스도 인력이 많이 필요한 일부 공정을 해외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윤성식 대표는 “최근 인도의 기술이전 기업을 찾아 정기적으로 나가서 기술을 체크하고 교육한다”며 “일부 중요 과정에는 우리 기술자들이 한명씩 가서 교육 및 지도를 하며 최대한 품질을 안정적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본사 2층에는 직영 매장을 운영해 킹텍스의 우수한 원단으로 만든 신사복, 골프웨어 등을 시중가 대비 30~40% 저렴하게 판매한다.

청주산단 스마트물류플랫폼 공동물류센터. /조은숙 기자
청주산단 스마트물류플랫폼 공동물류센터. /조은숙 기자

교복·신사복→제복·산업용

킹텍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살아 남았다.

과거에는 주로 교복이나 신사복에 원단을 납품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의류기업의 해외 생산 등으로 교복사업을 접고 산업용 섬유로 방향을 전환했다.

군복, 경찰복 등 공공기관 정복을 생산·납품하며 생산기반을 살렸다. 의류만을 고집하지 않고 소방복 난연의류 등 기능성 원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 킹텍스의 최고 효자 상품은 울의 흡수성·향균성을 강조한 산업용 원단이다. 중장년층을 위한 고기능성 운동화 원단으로 납품하고 있다. 울로 만든 이 운동화는 맨발로 신어도 발과 다리가 편해 인기가 높다.

윤성식 대표는 “울섬유 신발은 향균기능이 있어 무좀에 좋고 맨발로 신어도 편하고 냄새가 나지않는다”며 “울의 이런 다양한 특성을 활용해 여성용레깅스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에는 니트·직물류에 설비 방향을 바꿨다. 편직물 즉 스웨터 등 위주로 설비를 보완하며 주문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0여평 유휴 부지에 스마트물류플랫폼 공동물류센터를 조성하며 자동물류사업에 진출했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사업비 50억원을 지원받아 진행됐다. 킹텍스는 청주산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자동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윤성식 대표이사. /조은숙 기자
윤성식 대표이사. /조은숙 기자

평사원→대표이사

킹텍스는 요즘 해외 전쟁, 트럼프 관세 때문에 수출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 방향을 미국에서 유럽이나 중동으로 틀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 수출 상담도 하는 등 새로운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또 국내 섬유 업계는 미국에 수출하지 못한 중국, 베트남 물량이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윤성식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그는 1987년 킹텍스의 전신인 우성모직에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6년전 공장장(상무이사)으로 퇴사했다. 부산의 섬유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청주산업단지와 섬유산업의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그는 대표이사로 돌아올 때 남다른 마음을 가졌다.

윤 대표는 “나를 포함해 30년이상 장기근속자들이 많은 킹텍스가 섬유 기업으로 살아남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산업용 제품 기반을 다져 백년기업의 토대를 잘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