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S 방식이 낳은 ‘고품질 배전반’… 최근3년 美 플랜트 7개사업 따내[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이예린 기자2024. 11. 21. 09:09
■ 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 (16) LS일렉트릭 작업자 앞 자재배달 집중력 높여 기기 대부분 자체개발·생산가능 AI 수요타고 전력시장 급속 확대 2030 해외매출비중 목표 70%로
지난달 31일 LS일렉트릭 청주사업장 2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발전소에서 받은 전기를 계통과 용도에 맞게 나눠주는 ‘배전반’ 외함을 만들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배전반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기기를 자체 개발, 생산, 납품한다.
청주=글·사진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지난달 31일 국내 주요 전력 기업 LS일렉트릭의 청주사업장 2공장. 1만1200㎡(약 3400평)에 달하는 배전반(配電盤) 생산시설로 들어가자 작업에 한창인 인부들이 보였다. 이들은 배선과 형광등, 히터, 애자 등 기기를 외함에 조립할 위치를 표시하는 사전 작업인 마킹 공정부터 천공, 조립 등 과정을 거쳐 ‘고압 배전반’을 만들고 있었다. 이날 시설에서 만난 황복하 LS일렉트릭 수배전제조팀장은 “컨베이어벨트로 필요 자재들을 한데 모아 작업자 앞에 마련해주는 ‘SPS’(Sample Picking Service) 공급 방식으로 집중력을 높인다”며 “여기서 품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발전소에서 받은 전기를 나눠주는 ‘배전’ 분야는 LS일렉트릭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LS일렉트릭은 배전반을 구성하는 대부분 기기를 자체 개발, 생산, 납품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3년간은 미국 플랜트 프로젝트의 총 7개 배전 솔루션 사업자로 선정됐다. 같은 기간 세계 시장에서는 15개가 넘는 사업을 수주했다.
여기에는 북미 배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10년대 초반부터 미국 안전 규격 UL 인증 제품을 개발해온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한국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미국 대형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대규모 전력 기자재 공급사들과 현지 참여 기획도 급속히 확대되고, 중장기 사업 협력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통상적으로 배전 시장 규모는 송전보다 최대 3배 크다. 북미 배전 시장의 경우 초고압 변압기 대비 약 6배 규모로 추산된다.
황복하 LS일렉트릭 수배전제조팀장이 태블릿으로 생산공정관리시스템(MES)을 확인하며 배전반 외함을 살펴보고 있다.
AI 시대 전력 시스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가 더 많이 쓰일수록 전력의 뒷받침이 필요한 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차원에서도 친환경 전력설비 구축이 계속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오는 2026년 1050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TWh는 1년간 7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세계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0년 2350억 달러(약 329조 원)에서 2030년 5320억 달러(약 745조 원), 2050년 6360억 달러(약 891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는 전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역사적 모멘텀”이라며 “전력 기업들의 무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전력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송·변·배전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S일렉트릭은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목표를 7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미 올해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기준 1년간 해외 매출은 7억6706만 달러(약 1조 원)를 기록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기존 주력 시장인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펼친 현지 고객 맞춤형 전략과 더불어 북미·중동 등 거대 신흥시장 개척 및 육성 노력의 결과”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세계 기업 투자가 활발해진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수주 잔액은 2조7600억 원으로 향후 5년 치 일감을 미리 확보해둔 상태다.
LS일렉트릭은 신규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1600억 원을 투자해 현재 연간 2000억 원 규모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오는 2027년까지 7000억 원 규모로 3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 인프라 핵심 생산기지인 부산 사업장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1008억 원을 투자한다.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효성중공업·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전력 기업들의 올해 7월까지 누적 변압기 수출액은 10억3200만 달러(약 1조4088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수출액의 87%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2010년(11억8600만 달러)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변압기는 주거용 저전압(LV·240∼1000V)부터 산업 네트워크에 쓰이는 중간 전압(MV·1∼72.5㎸), 장거리·대륙 간 전송용 초고압(EHV·550∼1200㎸, UHV·1200㎸) 등이 모두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